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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종교

인간이 지옥에 가는 것이 신의 탓인가

by HSM2 201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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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옥에 가는 것이 신의 탓인가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 종교에서는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혹은 믿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제기하는 반론은 두가지이다. 


1. 신이 선하다면 어떻게 인간에게 영원한 벌을 줄수 있는가

2. 신이 모든 미래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이 지옥에 가는 것도 신의 책임이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반론은 내가 믿는 종교를 옹호하려는 차원을 떠나서 나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도 걸림돌이 되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1번 의문에 대해서는 죄에 대한 대가지불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두번째 의문은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최근에 가인과 아벨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떠올랐고,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 접근해 볼 수 있는 지식의 사다리가 생겼다. 


가인과 아벨 사건은 형이 동생을 죽인 친족 살해의 인류최초 기록이다. 가인이 아벨을 죽인 이유는 질투 때문이었고, 이 질투는 신의 편애로 인한 것이었다. 가인의 재물이 형편없었는가 여부를 떠나서 신의 편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인은 분노했고 동생을 들판으로 불러 돌로 찍어 죽였다.


성경에는 편애사건이 있은 후 신이 가인을 찾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분노로 가득차 있고, 살인할 마음을 이미 정한 가인을 보며 신은 이런 말을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화내지 말고, 죄를 다스려라."


이전까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신의 친절함에 감탄했다. 죄를 피할 기회를 주는구나, 신이 직접 찾아와서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죄를 짓다니 가인은 정말 악인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이 맥락에 대한 다른 해석이 떠올랐다. 


'신은 가인을 막지 않았다'


당신에게 아이가 둘 있다고 해보자. 어느날 형이 동생을 죽일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인 당신은 형의 마음과 계획을 알아차렸다. 당신은 형을 따로 불러서 화내지 말고 동생을 죽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난 할일을 다 했어 라며 형을 내버려둔다. 이런 아버지가 세상에 있는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큰아들이 작은아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물며 전능한 신인데, 그것도 자신이 아끼는 '아벨'이라는 인간이 죽도로 내버려 두는게 말이 되는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신은 가인을 막을 수 있음에도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사다리 몇 칸에 해당하는 두 가지 주제를 획득할 수 있다. '신은 인간 목숨의 무게를 어떻게 여기는가'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가 무엇인가' 이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신은 인간의 목숨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것 같다. 8명을 남기고 모든 인류를 쓸어버린 노아의 홍수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신의 관심은 개개인의 인생에 있지 않다. 신이 기다린 것은 자신의 역사를 이어갈 '한 사람'이었다. 나머지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신의 의도대로 역사가 흘러가면 될 뿐이었다. 


신은 처음부터 인류의 시작과 끝을 계획해 놓았다. 창조, 타락, 노아의 홍수,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이스라엘 민족, 다윗, 예수, 제자들, 세계선교 라는 시나리오를 인류가 지구에 생겨나기 전부터 갖고 있었다. 인류가 거대한 배라면 신은 이 배를 자신이 정한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려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누군가는 바다에 빠져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중간에 섬에 내려 목적지에 가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배 안에 끝까지 버티고 있었던 구성원들이 어떤 조합일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신에게 그 구성원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배에 타고 있으면 좋겠지만, 어떻든 배 안에 누군가는 있을 것이고 배는 도착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 목적지의 도착할 구성원들을 신은 미리 정해놓았을까?


이 질문은 오래된 논쟁이고 예정론이라 불리는 신학이론이다. 예정론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것은 신의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신이 이미 계획한 일이라는 것이다. 가인과 아벨의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만약 예정론이 참이라면 아벨을 죽인 것은 신이다.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문제는 신이 스스로 벌인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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