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미래? (기독교인이 문신을 해도 되는가)
아래 두 장의 사진을 보자.
왼쪽의 사진은 힐송유나이티드의 'The stand' 라는 곡, 오른쪽 사진은 같은 팀의 'bronken vessel' 이라는 곡 영상의 캡쳐 사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편했다. 옳은가, 그른가, 성경적인가를 떠나서 일단 불편하다. 불편한 이유는 남자 찬양인도자의 문신 때문이고, 여자 찬양인도자의 삭발 때문이다. 왜 불편한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불편한 몇가지 예시를 더 살펴보고 싶다.
- 교회 점심 시간에 교회 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다.
- 목사님이 양쪽 귀에 피어싱을 한 채로 설교한다.
- 사모님 목에 전자담배가 걸려있다.
- 목사님 양쪽 손등에 십자가 모양 문신이 있다.
- 주일학교 교사를 하는 자매가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인에게 불편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이런 것들을 불편하게 느낄까.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이 가치중립적이라면 우리가 스스로 규정한 문화가 우리를 불편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우리가 불편하다고 인식하는 대상은 변해왔다. 예전에는 드럼도 불편했었고 일렉도 불편했었다. 파인 옷이나 짧은 치마도 불편했다. 교회는 경건하고 조용한 곳이고, 반드시 단정한 옷을 입어야 했다. 골자는 이랬다.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대충 아무거나 입고 모자를 쓰거나 편한 옷을 입고 갈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설득당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걸 지금은 안다. 기독교가 유일한 권위로 인정하는 성경에 따르면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그리스도인의 모임이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고 우리의 삶 자체가 예배이다. 따라서 교회라 이름붙인 건물에 모였다는 이유로 그곳에 하나님이 더 계시거나 특별히 계신 것은 아니다. 교회에 간다고 특별할 이유가 없으며 일상이 특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지를 입고(혹은 옷을 갖춰 입고) 교회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 하나님이 특별히 더 짙게 계셔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문신이나 피어싱, 술과 담배는 한국교회에게 한시적으로 불편한 것일지 모른다. 몇년 뒤에 한국 교회에도 문신한 남자 찬양인도자가 등장할 것이며 삭발한 여자 찬양인도자가 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미국과 유럽교회의 선례를 따라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다.
인간 수준의 생각으로는 이런 흐름이 악한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지동설'도 불편했었다. 여자가 교회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덮지 않는 것도 불편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의 '불편함'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시대가 지나며 불편하던 것이 불편하지 않아지고,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떤 문화적 흐름이 우리의 사고를 결정한다. 패션이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세련되던 것이 어느 순간 촌스러워진다. 절대적 기준이 변한게 아니라 세련됨과 촌스러움을 결정하는 우리의 프레임이 변한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불편함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은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다. 하나님이 피어싱이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고, 예배시간에 소주한잔씩 주고받는게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다.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셔서 명쾌하게 답을 주시면 모든 고민이 해결된다.
"말씀으로 문신을 하는건 괜찮아"
라던가.
"불편해할 사람 있는거 알면서 굳이 몸에 문신을 하는 이유가 대체 뭔데?"
라든가?
물론 오늘날에도 육성으로 계시한다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어 절대적 권위를 갖지 못한다. 어쩌다 직통계시를 절대권위로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본인들이 신이 되었다. 현재로서는, 계시된 말씀인 성경만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다. 성경에 피어싱, 문신, 삭발등에 대한 규정이 있긴 하지만 적용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지키려면 음식법도 지켜야한다. 음식법이 신약에 와서 폐지됐다 치더라도 여자는 교회에서 조용하라는 신약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성경의 요악인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모든 것이 쉬워질거야" 라며 마치 득도한듯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서 하나님사랑, 이웃사랑을 기준으로 문신은 해도 되는거야 안되는거야? 차라리 말을 말던가. 잘 모른다고 솔직히 말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면 할 수록 짜증이난다. 고민해봐야 어짜피 죽을 때까지 말 안해주실거 같은데, 맛있는거 먹고 좋은데 놀러다니며 사는게 맞는건가 싶다.
기독교인이 문신을 해도 될까? 찬양인도자가 삭발을 해도 괜찮을까? 유일한 답이 되시는 그분은 오늘도 여전히 침묵하고 계신다. 그럼 그냥 신경끄고 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이 문제로 고민하는 이유는 곧 우리교회에도 저런 인물들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고 그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입장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아마 곧 대부분의 한국 기독 리더들의 당사자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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