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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일상

할머니 세분

by HSM2 2019.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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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세분


구청에서 할머니 세분이 옆자리에 앉으셨다.

"아오 힘들어"
"힘들어"
"에효 힘들다"

자리에 앉자마자 왼쪽 할머니가 자식자랑을 시전하신다.

"우리애가 사준 약먹느라 혼났어"

들어보니 약사 아들을 두신것 같다.

"설에 생일에 추석에 계속 주니까 다 먹을수가 없어. 돈으로는 안줘. 약 안사먹고 다른데 쓸까봐."

약사 아들이 돈대신 약을 주는 이유의 재발견이다. 가운데 할머니도 사위자랑으로 화답하신다.

"사위가 미국 출장갔다가 장인 장모약을 이만큼을 사왔어"

"미제약 먹는사람은 다른거 못먹는대"

미국출장사위를 둔 할머니는 50이 넘은 노처녀 딸이 있다. 할머니는 딸이 시집은 안갔지만 생활비를 다 대준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말이없던 오른쪽 할머니가 딸 이야기를 꺼냈다. 한탄인지 자랑인지 모를 이야기다.

"우리딸은 미국에 공부하라고 보내놨더니 오지도 않아. 10년이 넘었는데. 뉴욕인지 어디 살고 있는데 결혼은 했어. 집도 샀다나 뭐라나. 부동산을 하는데 돈을 잘버나봐."

들어보면 본인들의 이야기는 없다. 먹은 약 이야기와 자녀들 이야기로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신다. 번호표를 뽑지 않으신거 보니 구청대기석을 카페로 이용하시는듯 했다.

가운데 할머니가 아들이 선생이라고 하자 오른쪽 할머니가 미국에서는 교사가 3D업종이라고 하셨다. 아는 할머니 아들이 미국에서 교사라며 미국교사의 힘든 삶에대해 설명하셨다. 상처받을만한 이야기인데 가운데 할머니는 신경쓰지 않으셨다.

왼쪽 할머니가 자식자랑을 다시 시전하신다. 아들이 약사인게 확실하다.

"우리 아들이 뉴질랜드 이민간다는걸 약국 차릴때 돈 보태준다고 붙잡아뒀어. 외국이민가면 남의자식 된다고."

미국이민간 딸을 둔 할머니가 상처받겠다 싶었는데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할머니들은 서로의 이야기 중에서 원하는 이야기만 듣는 것 같았다. 불편한 이야기는 그냥 흘려보냈고 상대가 불편할 만한 이야기는 여과없이 하셨다. 어떤 다툼이나 갈등이 생길 수 없는 대화방식이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는 두가지 큰 주제가 흐른다.

자녀가사준 약, 자녀

결국 '자녀 자랑'으로 귀결된다. 할아버지 세분이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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