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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단편

[단편소설] 이혼율을 계산해주는 인공지능

by HSM2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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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둔지 10년이 넘도록 새로운 일을 찾지 않았다. 진영의 어머니는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했고 집안 살림까지 전부 도맡아 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TV를 보거나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했다. 진영은 어머니에게 이혼하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했다. 진영은 어머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중학생이었던 진영은 한가지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

 

'아무나 결혼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어'

어느날 진영은 우연히 머신러닝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어떤 회사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고객의 구매 예측에 적용한 것에 대한 기사였다. 고객 별로 어떤 상품을 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예측하여 매출을 두배 이상 늘렸다고 했다. 기사를 읽던 진영에게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혼 예측 기계학습'

 

목표가 생긴 진영은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님은 진영의 성적이 상승하는 것을 보며 기뻐하셨다. 결국 진영은 서울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고 본격적으로 이혼 예측 알고리즘 개발에 돌입했다.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서는 이혼한 사람들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혼 사유가 아니라 이혼한 당사자들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가 필요한 것이었다. 데이터를 구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우여곡절 끝에 이혼한 100만 커플의 데이터를 모았다. 확보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높은 예측확률을 가진 알고리즘을 개발해냈고, 서비스를 론칭했다. 서비스 이름은 '나는 알지' 였다. 어느 두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면 두 사람이 이혼할 확률을 알려주는 알고리즘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은 대부분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가입자가 많이 모이자 가입자들 간의 매칭 서비스도 론칭했다. 서로 낮은 이혼확률을 가진 가입자끼리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 사람들은 서비스를 신뢰했고 서비스를 통해 많은 커플이 탄생했다. 몇년이 지나지 않아 이혼율은 유의하게 감소했다. 진영이 개발한 서비스는 상도 많이 받았다. 진영의 서비스 덕분에 이혼율은 감소하고 출산율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영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진영의 목표는 '아무나 결혼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진영은 생각했다. '누군가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이다. 하지만 만약 모두와 안맞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와 결혼해도 반드시 이혼할 수 밖에 없는 내 아버지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결혼을 못하게 하는게 맞다. 그 사람과 결혼할 여자는 피해자가 될 테니까'.

 

서비스는 표면적으로는 잘 맞는 사람끼리 매칭시켜주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실제 서비스의 목적은 진영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 결혼하지 못하게 하는데 있었다. 이런 사람은 모두와 이혼율이 높게 나올테니까. 아무와도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영은 기대했다. 알고리즘의 진짜 목적이었다. 아무도 진영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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