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하는 몰래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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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야기하는 남성의 특징이 있다. 이 명제를 'T1명제'라고 부르겠다.  

 "남성은 처음 만난 매력적인 여성과 잠자리를 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예전에 다른 남성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룻밤의 잠자리 후 이어질 뒷감당의 문제를 배제한다면 잠자리자체는 가능하다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 동의했다. 그 한명은 마치 '지구 평평설'을 주장하는 사람과 같이 취급됐는데 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혀있는 상태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가 나오는 포르노를 통해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만 봐도 남성의 성적 표현에는 신뢰나 사랑의 여집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들은 연애를 시작하면 '모든 남자는 늑대'라는 주장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이 명제를 절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남성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남성들은 이 명제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불변의 진리와 같이 여긴다. 자신이 임의의 매력적인 여성에게 성적 충동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고 그의 모든 동성 친구들 또한 성정이 같기에 지구상의 모든 남자가 늑대라는 추론이다. 흠잡을 데 없는 추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뭇 남성들은 발끈한다. 자신을 잠재적 성 범죄자 취급했다며 결백을 주장한다. 예의 주시해야할 사람들이다. 모두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는데 자신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심하는 사람과 자신의 손에 칼이 들려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위험한 사람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남성과 함께 살아본 대부분의 기혼여성들은 T1 명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남성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반쪽을 통해 경험한 간접적 지식들이 T1명제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명제에 동의하기에는 사회적 경험이 없는 어린 여성자녀의 교육이다. 혹은 자신의 주변 남사친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귀여운 여자친구도 해당된다. 이 문제가 불필요한 말다툼으로 번질 때는 이해심 없는 쪼잔한 남자, 집착하는 남자로 전락하며 자신의 가정사와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집착과 구속이라는 정신질환이 발생한 지점을 찾아내야할 지도 모른다. 물론 사실전달과 집착 사이에 분명한 구분은 필요하다. 당신의 애인이 병적으로 집착하는 남자라면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어떤 명제를 증명하는데 실험보다 강력한 근거는 없다. 논문을 쓸 때도 실험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편의(bias) 없이 잘 설정된 실험이라면, 실험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이 실험을 꼭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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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가 이 실험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놀랍게도, 누군가 이미 이 실험을 해놓았던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에니멀 초판2쇄 24페이지 5번째 줄이다. 오해할 수 있어서 말하는데 이 책은 남성의 본능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이 내용이 무척 반가웠고 기록해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팀이 단순한 한 가지 실험을 수행해왔다. 매력적인 여성이 남자 대학생에게 잠자리를 함께하자고 제안할 때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 거꾸로 매력적인 남성이 여자 대학생에게 잠자리를 함께하자고 제안할 때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연구진이 고용한 매력적인 여성의 제안을 받은 남학생 가운데 75퍼센트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매력적인 남성의 제안을 받은 여학생 가운데서는 단 한 명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에 대한 토의를 해보자. 제안을 거절한 25퍼센트의 남자 대학생은 극도로 순수하고 순결한 청년으로 오해될 수 있는데, 이 결과만으로 이들이 T1명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는 없다. 어떤 일이 '가능하다'는 '실행에 옮긴다'를 포함한다. 이들에게도 T1명제가 참이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을 수 있다. 아마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놀라웠던 것은 단 한명의 여학생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집합이 존재함을 분명히 말해준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차집합이 존재할 것이다. 서로에게 각자의 차집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이를 인지하는 것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평화롭게 공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