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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일&직장

나쁜 상사(꼰대)가 만들어지는 과정

by HSM2 201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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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상사가 만들어지는 과정


어떤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안식년으로 1년 동안 외국에 나가 있어야 했는데, 연구실에 CCTV를 설치하고 갔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 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교수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수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교수가 괴수가 되는 과정을 이해했고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성격이 괴팍하고 나쁜 교수였을까? 아니 오히려 반대였다. 


어렵게 교수임용에 성공했고 첫 학생들을 받았다. 교수는 자신을 선택해 준 학생들을 불러 고맙다는 말을 하며 열심히 일하자고 독려했다. 학생들에게 연구주제를 맡기고 높은 자율성을 주었다. 2주에 한번 랩미팅을 하고 진척 사항을 공유 하기로 했다. 교수의 기대와는 달리 학생들은 자유에 부응하지 않았다. 교수는 화가났지만 학생들을 응원하고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자유는 게으름 낳았고 게으름은 일상이 되었다. 학생들의 출근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퇴근시간은 빨라졌다. 일 하는 시간보다 영화보고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기업에서 맡긴 프로젝트 보고서는 실수 투성이었고 고쳐오라고 좋게 이야기하면 대놓고 귀찮아하는 내색을 했다. 교수는 학생들을 잘 대해줘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상처와 실망은 애정을 미움으로 바꿔놓았다. 교수가 학생들을 떠올릴 때마다 하는 혼잣말이 생겼다. 

'악하고
 게으른 것들' 


악하고 게으른 것들은 잘해줄 필요가 없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호통치기 시작했고 마이크(micro)로 관리를 도입했다. 매 30분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엑셀에 기록하게 했다. 9 to 10제도(오전 9시 출근 밤 10시 퇴근)를 도입했다. 제안서를 쓸 때는 가이드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공문을 던지며 알아서 해오라고 했고 제대로 해오지 않으면 화내고 닥달했다. 업무 지시는 교수 책상 옆에 학생을 세워놓은 상태로 내렸는데 두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었다. 학생이 다리아파하는게 느껴졌지만 앉으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보상과 승리를 느꼈다. 교수가 태도를 바꾸자 학생들이 가져오는 결과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학생들을 방으로 부르면 항상 넋이 나간 표정이었고 교수 앞에만 서면 극도로 긴장했지만 불쌍하지 않았다. 그들이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학생들은 석사만 하고 방을 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부임한 다른 교수의 방은 사람도 많아지고 박사들도 여럿 생겨서 더 이상 직접 연구하지 않고 관리만 한다고 했다. 비결을 물어보았지만 이렇다 할 답은 듣지 못했다.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자신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내 방에는 이상한 애들만 오는거지'


학생들은 교수의 안식년만 기다렸다. 교수는 안식년을 떠나기 몇 주 전에 CCTV를 주문했고 사용법을 익혔다. 랩장을 불러 모든 학생이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도록 CCTV를 설치하게 했다. 교수는 CCTV가 악하고 게으른 학생들을 관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아침 교수는 여느 때처럼 CCTV 어플을 켰다. 출근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아무 학생도 보이지 않았다. 교수가 안식년에 간 사이에 모든 학생들이 연구실을 떠난 것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된걸까? 교수가 나쁜 사람이라서? 아니면 교수가 정말 운이 없어서 이상한 학생들만 들어온 걸까? 이유는 교수의 '무지'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인간'과 '조직'에 대한 무지이다. 교수라는 특정 직업을 예로 들었는데, 누군가를 고용 했거나 팀을 이끌고 있는 모든 리더들의 이야기다. 일에 대해 이해하고 전공에 대해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과 '조직'을 이해해야 한다. 진심? 진정성? 좋은 마음? 메타인지가 제로에 수렴하는 어리석은 핑계일 뿐이다. 리더는 반드시 사람과 조직에 대해 배워야 한다. 사람과 조직관리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하지 않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 이런 리더는 팀을 감옥으로 만들고 감옥을 관리하는 교도관이 된다. 존경 받는 롤모델이 아니라 술자리 안주가 된다. 당신이 그런 리더라면 당신은 사회에서 제거돼야 한다. 그것이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길이다. 말이 심하다고 느낀다면 사람과 조직에 대해 배워라. 배우고 성장하라. 당신 혼자 하는 고민과 본능을 따른 조직관리는 반드시 망한다. 좋은 조직의 문화를 배우고 좋은 리더에게 도움을 청하라.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노라노여사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근본은 두가지인데 첫째로 게으르고 둘째로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뻔뻔하진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게으른 존재다. 당신의 팀원들이 부지런하게 알아서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당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증거일 뿐이다. 잘못된 지식에 기대어 기대하고 실망하고 직원들을 탓하는 것은 것은 당신이 최악의 리더임을 증명해준다. 인간은 부지런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게으른 인간이 자발성을 발휘하며 즐겁게 일하도록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조직을 이끄는가」 에 등장하는 총 동기이론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다. 인간을 이끄는 동기는 여섯 가지가 있다. 


- 일의 즐거움

- 일의 의미

- 일의 성장

- 경제적 압박

- 정서적 압박

- 타성


앞의 셋을 직접동기 나머지 셋을 간접동기라고 한다. 당신의 조직원들이 간접동기로 움직이고 있다면 당신 같은 리더는 사회에서 제거돼야 한다. 직접동기를 조직에 녹일 방법을 찾기 위해 당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라. 자신 없으면 사회에서 사라져 주길 부탁한다. 



*교수 이야기는 픽션이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쓴 글이다. 팀원들을 간접동기로 이끌고 있다면 너도 사회에서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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