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인이다. 어릴적부터 감사해야한다고 배워왔고, 성경에도 감사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구절이다.
여호화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대상16:34)
하지만 인간으로 삼십여년을 살며 감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기도 하고, 또 감사는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30대가 되며 몸이 여기저기 망가지며 건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다. 많은 책들이 건강의 비결로 '감사'를 꼽고 있었다. 나의 소원은 아프지 않고 살다가 고통없이 죽는 것이기에, 건강을 위해서라도 감사를 하고 싶다.
문제는 감사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입으로 주문처럼 외우는 감사 말고, 진짜 우러나와서 하는 감사 말이다. 인간으로 산다는게 쉽지가 않다. 거기다 이런 상황을 설계하고 지켜보고 있는 신에게 감사하기란 더 어렵다.
늙고 죽어가는 삶. 거기다 인간에게는 악이 있다. 나에게도 악이 있고 주변사람에게도 악이 있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고통을 준다. 하루 8시간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무조건 회사란 공간에서 작은 책상 앞에 앉아서 남이 시킨 일을 해야만 한다. 현대인의 삶은 건강을 잃어버리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고, 나도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무조건 지켜봐야 한다. 조부모님, 부모님 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배우자,친구 등등.
객관적으로 삶을 바라보면 감사보다 원망할게 훨씬 많다.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그렇다.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삶이다. 하지만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감사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 상황이 악화된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리 몸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감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감사를 해야만하는 존재다. 잔인해도 어쩔 수 없다. 나중에야 따질 수 있다. 이 삶에서는 이대로 감당해야만 한다.
어떻게 감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인간의 기본 셋팅을 최악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을 최악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소,돼지,닭의 삶에 투영하면 될까. 원래 나는 태어나자 마자 아주 작은 공간에 갇혀서 목에 사슬에 매여 있던 존재다. 사슬에 매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매일 항생제를 맞고, 간이 안된 맛 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 아...쉽지않네. 가축에 투영하려니 쉽지 않다.
전쟁 포로의 삶을 상상해보자. 내 나라가 전쟁에 패배해서 포로가 됐다. 가슴에는 노예번호의 인두가 찍혀 있다. 발목에는 사슬이 매여있고 맨발이다. 벽돌을 나르고 있다. 매일 이렇게 살아야 한다. 어제는 너무 몸이 아팠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벽돌을 날랐다. 밥은 음식물 쓰레기 같은 죽을 준다. 아마 자기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한데 모아 끓인듯 하다.
이런 삶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지...그럼...약간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글쓰기 연습 > 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삶, 별로다. (0) | 2021.06.10 |
---|---|
중요한 질문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0) | 2021.05.05 |
신에 대한 원망 (0) | 2021.05.05 |
하나님 마음을 달라는 말의 위험성 (0) | 2021.04.26 |
교회 온라인 예배 셋팅 빌드업 과정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 (1) | 2021.01.05 |